[북리뷰] 유태인 가족대화

가족간의 풍성하고 의미 깊은 대화를 원하는 부모들에게 (슈물리 보테악, 랜덤하우스)

 

코로나 사태로 가족이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어떻게 가족들이 함께 있을 때 서로 부딪히지 않고, 의미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을지가 더 중요해졌다. 그 비결을 대화의 달인(?)이라 할 수 있는 유대인에게서 발견한다. 왜 유대인들은 대화의 달인일까? 그들이 토라를 공부하는 방법이 ‘하브루타’ 토론법이고, 안식일 가정예배 또한 식탁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온갖 세상사 이야기와 성경에 대한 치열한 해석과 토론이기 때문이다.

 

유대인 부모들은 가장 어린 아이들에게조차 ‘ 네 생각은 어떠니?’ ‘ 너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니?’ 라고 끊임없이 묻는다. 모든 사람은 하나님 앞에 단독자로서 말씀을 받은, 책임 있고 도덕적인 존재라는 인식이 뿌리 깊게 베여 있는 것이다. 아이라도 말씀 안에서 세상의 이치를 이해할 수 있고, 옳고 그름을 분별하고 판단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에, 끊임없이 아이의 생각을 자극하고 내면의 힘을 길러주는 대화를 시도한다.

 

Photo by Mimi Thian on Unsplash

 

 

솔직히 말하면,  아이들을 키우면서 문득 두려움이 생길 때가 있었다. 한편으론, 오늘날처럼 물질문명이 가득한 세상에 살면서 아이가 스스로에 대해 움츠러 들거나, 남보다 경쟁에서 뒤처진다고 느끼면 어떻게 하나 라는 막연한 두려움이었다. 다른 한편으론 지나치게 경쟁적이 된 나머지 상대적으로 그렇지 못한 이웃들을 배려하지 못하고, 연약한 사람들을 부끄럽게 만드는 아이가 되면 어떻하나 라는 걱정도 들었다.

 

하지만 유대인 부모들을 보면서 문제는 아이가 아니라, 부모인 나 자신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아이가 설령 주변 문화로부터 잘못된 인식과 부정적 영향을 받더라도, 부모에게는 그것을 교정하고 바른 생각을 심어주고, 아이가 이해하고 받아들일 때까지 기다려줄 수 있는 많은 시간과 기회들이 있기 때문이다.

 

Photo by Rod Long on Unsplash

 

이 책의 저자 슈믈리 보테악은 8남매를 키우는 아버지이자, 랍비이고, 상담사며 유명 텔레비전 프로그램 진행자이다. 하루가 48시간이라도 모자랄 것 같은 바쁜 아버지가 기꺼이 시간을 내어 자녀들과 진솔하고 의미 깊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무척 감동적이다.

 

특히 아이들이 잘못한 일이 있을 때 무조건 화를 내거나 잔소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아이를 가르칠 수 있는 기회로 삼는 모습이 소름 돋을 만큼  인상적이다. 한마디로 유대인 부모들은 ‘반응적인 반응’을 넘어서, ‘신중하게 선택된 반응’으로 아이들을 대한다는 느낌이다. 부모가 먼저 부단히 스스로를 훈련하지 않으면 결코 쉽게 도달할 수 없는 경지일 것이다.

 

우리가 유대인부모처럼 되려면 아마도 수많은 실패와 시행착오, 오랜 시간을 거쳐야 할 것이다. 그래도 괜찮다. 지혜로운 부모가 되기로 마음먹은 것이 시작이다. 거기서부터 출발하고 느리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가면 된다. 부모도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실수하고 잘못할 수 있다. 아니, 많이 한다. 그 때도 솔직하게 용서를 구하고, 포기하지 말고 다시 시작하면 된다.

 

사실 이 책에서 가장 감동적인 대화 중 하나는, 저자가 자녀들에게 용서를 구하기 위해 떠난 여행에서 나눈 대화이다. 마찬가지로, ‘ 엄마가 미안해. 하지만 엄마는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진심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걸 알아주면 좋겠어’ 이렇게 자녀에게 말해 줄 수 있다면, 그래도 꽤 괜찮은 엄마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나에게는 첫째와 열세살 터울의 늦둥이 딸이 있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듯한 소중한 내 딸이 어느새 사춘기가 되어 정신적인 독립을 시도하면서 부모에게 모진 말을 내뱉고 방문을 닫거나, 봐주기 어려운 옷차림에 진한 화장까지 하고 다닌다면 어떻게 할까. 생각만 해도 괴롭지만, 이 책의 저자를 비롯해 많은  부모들이 겪고 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럴 때도 낙심하지 않고 아이와 대화를 시도할 수 있고, 아이가 무엇이 옳고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일인지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영감을 불어 넣어 줄 수 있는 부모라면, 인생에서 그보다 큰 성공이 있을까. 심지어 아이가 하나님에 대해 의문과 원망과 의심과 반항을 쏟아 부을 때도, 비록 가슴이 미어지겠지만,  인내심 있게 아이의 생각을 듣고, 안전한 울타리가 되어 주고, 끝없는 대화를 통해 더 넓은 창문을 열어주는 부모가 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그런 일은 하루아침에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오늘부터 아이와 ‘대화창구’를 열고 꾸준히 의미있는 대화를 쌓아나가야 한다. 아침에 아이를 등교시키며, 저녁에 아이를 잠자리에 재우거나, 식탁에서 함께 앉았을 때, 그리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그래야 한다.(신 6:7)

 

아이와  함께 가정과 일상에서 나누는 무수한 대화들 속에서 아이가 평생에 간직할 성경적 가치와 유산을 물려받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자녀와의 대화가 어디까지 진실하고 깊어질 수 있는지 실천적 사례와 친절한 모범이 필요한 나와 같은 부모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다.

 

서지현 사모 (가정의 힘  교육위원)

 

* 서지현 사모는 고려신학대학원에서 신학(M.Div)을 공부하고, 미국 Calvin Theological Seminary에서 예배학(Th. M)을 공부했다. 다년간 어린이 사역자로 섬기면서 아이들과 부모들, 청년들을 위한 예배, 교육 프로그램, 뮤지컬 등을 기획하고 제작해왔다. 지금은 일원동교회 사모로서, <가정의 힘> 교육위원과 사무국을 섬기고 있으며, 자폐 장애를 가진 아들과 늦둥이 딸의 엄마로 성경적 자녀양육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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